저에게는 이번 8월은 7월보다 여러 의미에서 발전이 많은 달이었던 것 같아요.
7월은 길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지만 어떻게든 진도를 빼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앞을 향해 가고 있다는 느낌?
저는 지금까지 게임 원화는 선이 깔끔해야 하고 지저분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선이 많으면 형태감을 잡지 못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
선이 깔끔해지면서 생략된 형태를 채색하면서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 버겁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채색을 하는 단계가 괴롭고 이해가 안 돼서 자기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분명 실력은 늘어가는데 새로운 옷 디자인 혹은 재질을 색으로 묘사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ㅠㅠ
반복되는 선생님의 설명에도 머리로는 이해를 하는데 손이 따라주질 않았습니다.
그걸 실감한 건 7월 말에 진행하고 있던 아래 그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첫 번째 그림에서 의상을 가디건과 청치마로 그렸는데 완성 후 보니 그렇게 보이지가 않아 디자인을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가방도 촌스러워서 바꿈)
선생님이 말씀해주실 때 '이 옷의 형태를 모르고 채색한 느낌'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엄청 공감했습니다.
집에서 혼자 채색하면서 말씀해주신 부분을 많이 느끼며 채색했거든요.
"이게 아닌데..?" 싶기도 하고 "어떻게 채색해야 가디건 같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억지로라도 완성했던 것 같아요..
형태를 신경 쓰면 색이 탁해지는 느낌도 많이 받았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억지로라도 그리니 형태도 색도 놓친 그림이 되어버렸고요.. ᅲᅲᅲᅲᅲ
분명 밑그림에서는 가디건의 느낌이 있었는데 색이 들어가고 묘사를 할수록 가디건보다는 블라우스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디자인이 수정 후 채색을 다시 했습니다.
디자인의 형태가 나아져서 채색하기 쉬울 것 같았지만 여전히 막막하고 모르겠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변경된 디자인도 분명 블라우스가 아닌 가디건으로 그린 건데 색이 들어가고 묘사하니 바로 블라우스가 되어버렸죠..ㅠㅠ
어떻게든 완성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주말 동안 열심히 했지만
채색을 할수록 자신이 없어져 손을 풀 겸 그리고 싶은 것을 낙서하듯 그렸습니다
아이패드를 사용하여 모작한 그림입니다.
얇은 선을 사용해서 그리는데 너무 재미있고 답답한 마음이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사실, 학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그림은 완성 안 하고 딴짓한 것 같아서 선생님에게 보여드릴지 말지 엄청 고민했는데
'주말 동안 놀았습니다'보다는 '그림 그렸습니다' 가 나을 것 같아서 보여드리게 되었어요!
과거의 내가 그렇게 결정하기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보여드리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도 똑같은 고민을 하면서 힘들어했을 것 같아요.
위에 그림을 보시고 선생님이 새로운 제안을 해주셨어요.
상반신까지 이어서 그리고 와이셔츠를 입혀보기.
처음에는 새로 이어서 그린다는 게 겁이 났지만 잘 생각해보면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열심히 그렸습니다.
위에 그림을 그리는데 총 2시간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그리면서 힘들다기보단 익숙한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 더 강했어요.
선으로 묘사하는 게 더 쉽고 재미있고 완성된 그림이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았고요.
물론 완성하고 나서 이런 지저분한 그림을 원화로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지우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맞게 그렸고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선을 깔끔하게 따서 그리는 이전 방식이 아닌 오늘처럼 선으로 묘사하고 채색을 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보도록 했습니다.
밑그림에 묘사까지 10일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위에 그림을 그리면서 갑주를 그리는 게 어렵다고 느꼈는데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피부가 아닌 갑주에 집중하니 좀 더 쉽게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갑주 어려워)
밑 색을 넣은 그림입니다!
최대한 색을 예쁘게 쓰기 위해 집중했던 것 같아요.
다른 그림을 참고해가며 최대한 예쁜 색 조합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묘사 및 보정 후 완성작입니다.
밑 색을 넣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전보다 채색은 쉽게 끝낼 수 있었습니다.
선으로 묘사가 된 상태라 기본적인 묘사만 해도 금방 그림의 퀄이 올라왔어요!
신기하고 또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그림을 그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아직 "이제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겠어!" 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의 격려가 없었으면 사실 자신이 없었을 것 같아요.
학원이 아닌 혼자 집에서 작업했다면 선을 써서 그림을 완성한다는 생각은 못 했을 것 같아요.
워낙 선을 많이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잡혀있어서...ㅠㅠㅠ
8월 20일 위에 그림을 끝내고 저는 지금 같은 체형, 같은 자세로 새로운 그림을 하나 더 작업하고 있어요!
머리카락 묘사만 남았네요!
이제 속도에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속도가 안되네요ㅠㅠ
이전보다 갑주를 그리는 게 편해진 느낌이에요. 위에 그림을 그리면서 어렵다고 느낀 부분은 레이스 부분!
레이스를 그리는 것에 감을 잡는데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림을 참고해서 그렸는데 형태가 명확하지 않아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실사 사진을 보고 하나하나 수정하며 그려봤는데, 완성하고 보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네요!
한 달 동안 보이는 그림의 수는 적지만, 이렇게 볼수록 아, 배우는 것과 혼자 그리는 건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더더욱 하게 돼요.
분명히 혼자서도 충분히 그림 실력은 늘 수 있지만 전문가의 눈과 나의 눈은 다르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부분 또한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한 달이었습니다.